고금리와 고물가가 동시에 지속되는 2025년 한국 경제 환경에서 가계부채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금리 부담 증가, 실질소득 감소, 자산가격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은 급격히 저하되고 있으며, 이는 소비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직결된다. 이 글에서는 가계부채의 현황과 구조, 고물가·고금리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향후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 방향을 제시한다.
가계부채, 경제성장의 그늘이자 폭발 직전의 위기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에서 오래된 구조적 문제이자, 이제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동시에 위협하는 핵심 리스크로 진화하고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1900조 원을 넘어섰으며, GDP 대비 비율은 104%에 달한다. 이는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외형적으로는 가계의 금융 자산이 많아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 상환 여력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특히 2022년 이후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가계가 부담하는 이자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80조 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2020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이자만 갚고 원금은 상환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채무의 질이 악화되고 있음을 뜻하며, 향후 경제 충격 발생 시 금융 시스템 전체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고물가 환경은 실질 소득을 감소시켜 가계의 상환 능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물가 상승률은 소득 증가 속도를 초과하고 있으며, 생활비 증가에 따라 필수 지출이 확대되면서 가계의 순저축률은 마이너스로 전환된 상태다. 일부 가계는 생활비 충당을 위해 추가 대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악성 부채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고금리와 고물가가 동시에 지속되는 이중의 압박 속에서 가계는 점점 더 경제적 여유를 잃어가고 있고, 이는 소비 감소와 함께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경기 전반을 둔화시키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와 가계부채: 복합 위기의 전개
가계부채가 위험한 이유는 단순한 ‘총량’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효과를 갖는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첫째,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중 약 70% 이상이 변동금리 상품으로, 금리가 오를수록 자동적으로 이자 부담이 상승하게 된다. 기준금리가 3.5%를 넘어서면서 이자 비용은 실질소득의 20% 이상을 잠식하고 있다. 둘째,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과 부채 리스크의 결합**이다. 과거에는 자산 가치 상승이 부채의 안전판 역할을 했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며 ‘깡통 전세’, ‘역전세난’ 등의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출 담보 가치가 하락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회수 압박이 증가하고 있다. 셋째, **소득 양극화와 이자 비용 부담의 불균형**이다. 상위 소득층은 자산 여유를 바탕으로 대출 이자도 관리 가능하지만, 하위 소득층은 생계비 충당을 위해 고금리 신용대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금융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청년·고령층을 중심으로 금융취약계층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넷째,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한다.** 부채 상환을 위해 가계는 지출을 줄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매판매, 외식, 서비스업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가계부채 증가율이 1% p 오를 때 소비 증가율은 약 0.3% p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혀졌다. 즉, 가계부채는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부채 연체율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소득 충격이나 부동산 시장 급락과 같은 외부 변수에 따라 단기간 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전체 금융 시스템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
가계부채 해소를 위한 정책적 전환과 사회적 안전망 강화
이처럼 고금리·고물가 환경 속에서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 경제의 가장 위태로운 구조적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경제 회복은 더디고, 금융 시스템 전체의 불안정성은 가중될 것이다. 따라서 가계부채의 구조적 해소를 위한 **정책적 전환**과 **사회적 대응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첫째, 정부는 **금리 안정화 정책**과 함께 실질 소득 회복을 위한 물가 안정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통화정책의 속도 조절과 함께 공공요금 인상 억제, 생활물가 관리, 에너지 지원 확대 등은 가계의 부담을 완화하는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취약계층 맞춤형 채무조정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청년·고령·저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사회적 금융’ 기능을 강화하고, 이자 감면·상환 유예·파산 회복 지원 등 다양한 채무조정 수단을 실효성 있게 운용해야 한다. 셋째, 금융기관의 대출 관리를 선제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고위험 대출의 축소, 건전성 기준 강화, 대출 총량 규제 등 금융당국의 감시 체계를 정비하고, 동시에 금융기관이 실질적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금융시장의 내구력을 높여야 한다. 넷째, **금융교육과 정보 제공을 통한 자율적 리스크 관리 능력 향상**이 필요하다. 국민이 금융상품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갖고 신중하게 대출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과 정보 공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며, 특히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 리터러시 향상 정책이 중요하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는 단순히 가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핵심 변수다. 고물가·고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부채를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과감하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