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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화폐(CBDC) 도입이 기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구조적 변화와 경제적 함의

by 하랑VI 2025. 6. 13.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는 세계 각국의 금융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 또한 디지털 원화 도입을 위한 실험 단계를 거치고 있으며, 이는 기존 금융기관, 지급결제 시스템, 소비자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본 글에서는 CBDC 도입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변화, 기회와 위협 요인, 그리고 정책적 대응 방안을 심층 분석한다.

디지털 화폐(CBDC)의 도입이 기존 금융 구조에 끼치는 경제적 변화

CBDC의 개념과 도입 배경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 통화다. 이는 기존의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면서도 디지털 네트워크 상에서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전자화폐 및 암호화폐와는 구별된다. 전통적인 지급결제 수단이 민간 주도의 기술에 의존하게 되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유효성 저하와 금융안정성 위협이 제기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각국이 CBDC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 또한 2021년부터 디지털 원화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술 실증과 유통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실험을 넘어, 금융의 공공성을 지키고 민간의 과도한 시장 지배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빅테크 기업의 간편 결제 시장 지배력 강화, 해외 플랫폼 결제 시스템의 침투 등이 중앙은행의 개입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CBDC 도입은 단순한 통화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금융의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급결제의 즉시성, 거래 투명성, 금융 접근성 확대 등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은행 예금 이탈, 민간 금융기관 약화, 사이버보안 문제 등 새로운 도전도 동반한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전제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CBDC 도입이 한국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경제적 변화

CBDC가 도입될 경우,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지급결제 시스템의 효율성 증대**이다.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실시간 정산이 가능하고, 수수료가 낮은 공공결제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제 편의성과 비용 절감의 혜택으로 이어지고, 소상공인 역시 중간 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금융 포용성 확대**의 효과도 기대된다. 현재 금융기관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이나 고령층, 농어촌 주민들에게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한 디지털 화폐는 보다 안전하고 접근 가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계좌 없이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며, 이는 금융 소외 계층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기존 금융기관에 **구조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예컨대, CBDC가 보편화될 경우, 은행에 예치된 자금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로 전환되면서 은행의 유동성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예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이로 인해 은행의 대출 여력도 줄어들 수 있으며, 이는 실물경제에 대한 신용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통화정책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이 보다 직접적으로 시중 자금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게 하며, 필요시 이자율을 조정해 통화량 조절이 가능하다. 이는 기존의 간접 조정 방식보다 정책 유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으나, 동시에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민간 부문에서의 신용 창출 기능과 충돌할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사생활 보호와 데이터 보안**이다. CBDC는 모든 거래 정보가 중앙 서버에 저장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용자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높다. 이에 따라 익명성과 추적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제도 설계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CBDC의 성공적 도입을 위한 정책적 고려사항

CBDC는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선 거대한 금융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이 디지털 원화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 모든 국민이 한꺼번에 CBDC를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이 아닌, 한정된 유통 조건 아래에서 점진적으로 시장과 제도에 적응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CBDC의 기능과 목적을 명확히 구분하여, **지급결제 중심의 제한된 기능**으로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 초기에는 소액 거래, 공공요금 납부, 세금 납부 등 제한된 분야에 도입하고, 향후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질 경우 점차 확대하는 방식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기존 금융기관과의 협력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CBDC가 기존 은행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구조가 되어야 하며, 은행이 중개기관 역할을 수행하거나 관련 인프라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모델이 유력하다. 이를 통해 은행 산업이 급격히 위축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역시 핵심 사안이다.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여 거래의 투명성을 유지하되, 사용자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기술뿐만 아니라 법제도적 기반이 이를 뒷받침해야 하며, 사이버보안 사고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체계도 갖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적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CBDC의 개념과 장단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 캠페인, 시범 서비스가 동반되어야 하며, 소비자의 피드백을 반영한 유연한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통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인 CBDC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공공성과 민간의 혁신, 기술과 제도의 조화를 통해 안정적이고 신뢰받는 디지털 원화를 구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